두 장짜리 계약서는 간단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비용을 낼지 아무도 정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마진을 결정하는 건 단가표가 아니라 계약서입니다

화장품 OEM 업체를 비교할 때 대화는 거의 항상 개당 단가로 수렴합니다. A사는 2,400원, B사는 2,150원. 250원 차이로 결정이 납니다.

잘못된 변수입니다. 5,000개 생산에서 250원은 125만 원입니다. 처방 소유권 조항을 잘못 쓰면 제품 라인 전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는 여기에 구조적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화장품법상 제조업자와 책임판매업자는 별개의 지위이고, 소비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집니다. 표시·광고 실증 의무도, 품질관리 기준 준수 의무도, 회수 의무도 여기에 붙습니다. 계약서가 이 구분을 다루지 않으면 "공장이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전제로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전제는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8가지 조항

1. 처방(레시피) 소유권

브랜드를 끝내는 조항은 대부분 이것입니다.

개발비를 냈으니 처방은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명시적인 서면 귀속 조항이 없으면 처방을 만든 쪽, 즉 공장 연구원에게 권리가 남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세 개 층위를 나눠서 써야 합니다.

층위정하는 것권장 문구
소유권영업비밀·특허 권리 귀속"본 처방에 관한 일체의 지식재산권은 갑(브랜드)에게 귀속하며, 을(제조사)은 갑의 발주 생산 목적에 한하여 사용권을 갖는다"
배타성경쟁사 공급 가능 여부"을은 본 처방 또는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처방을 제3자에게 공급하거나 이를 기초로 개발하지 아니한다"
인력연구원 이직 시"을은 핵심 처방 인력에 대해 퇴직 후 24개월간 본 처방 관련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한다"
협상 스크립트: "처방은 저희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고 투자 유치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귀속 조항을 명확히 넣고 싶습니다. 표준 계약서에 없다면 부속 합의서로 추가해도 괜찮습니다. 업계 관행이기도 하고요."

위험 신호: "다들 이렇게 하시는데 문제없어요." 이 말 자체가 속도를 늦춰야 할 이유입니다.

구분해야 할 것: 공장이 보유한 기존 벌크에 향과 색만 바꾸는 경우라면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사는 것입니다. 이 모델 자체는 문제없지만, 전용 개발 가격을 낼 이유는 없습니다. 무엇을 사는지 먼저 정하세요.


2. MOQ와 유연성 장치

저MOQ 화장품 제조는 초기 브랜드가 가장 많이 검색하는 조건이면서, 계약서에서 가장 허술하게 쓰이는 조항입니다.

견적서의 숫자는 계약서에 들어가기 전까지 효력이 없습니다. 네 가지를 못 박으세요.

항목명시할 내용
기본 MOQSKU당 수량 — "약", "협의" 금지
첫 발주 유연성시장 테스트 목적 50~70% 수준 진행 가능 여부
혼합 생산3개 SKU × 400개가 MOQ 1,000개를 충족하는지
긴급 추가 발주성수기 대응 리드타임 확약
협상 스크립트: "올리브영 입점 전에 자사몰과 쿠팡에서 반응을 먼저 보고 싶습니다. 첫 물량 500개로 진행 가능할까요? 소진되면 재발주는 2,000개 이상으로 갑니다."

3. 납기 기준점과 지연 배상

"30일"은 기산일을 정하기 전까지 의미가 없습니다.

발주일부터? 선급금 입금일부터? 부자재 입고일부터? 기능성 심사 결과 나온 날부터? 이 네 시점은 두 달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세 개를 정의하세요.

  1. T0 — 계약 체결, 선급금 입금 완료
  2. T1 — 원료·부자재 전량 공장 입고, 생산 가능 상태
  3. T2 — 완제품 출고, 시험성적서 발행

그리고 결과를 붙이세요.

  • T2 기준 7일 이내 지연 — 보관비용 제조사 부담
  • 7일 초과 — 일할 지체상금(발주금액의 0.1~0.3%/일)
  • 30일 초과 — 브랜드의 계약 해지권 및 선급금 반환

반대 경우도 쓰세요. 브랜드 측 디자인 승인이 3주 밀렸다면 T2도 밀려야 합니다. 한쪽만 구속하는 계약은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습니다.


4. 품질 기준과 부적합품 처리

"저희 다 검사합니다"는 규격이 아닙니다. 기준을 적으세요.

단계검사 항목근거
원료 입고검사진위, 순도, 중금속, 미생물공급사 성적서 + 자체 검증
공정 중 검사pH, 점도, 성상제조지시서·기준서
완제품 출하검사미생물 한도, 이화학 규격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자 재검사브랜드의 독립 검증 권리공인시험기관

부적합 시 처리도 정하세요. 재작업 비용 부담 주체, 반품 물류비, 재검사 비용, 그리고 시장 회수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분담입니다. 회수 의무 자체는 책임판매업자에게 있으므로, 비용 구상권을 계약에 남겨두지 않으면 전액을 혼자 부담하게 됩니다.


5. 단가 유효기간과 인상 조건

원료 가격 변동은 실재합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 히알루론산나트륨, 펩타이드류는 연 10~30% 등락이 일상입니다.

구조를 이렇게 잡으세요.

견적 유효기간: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
인상 발동 요건: 검증 가능한 원료가 ±15% 초과 변동
절차: 30일 전 서면 통지 + 구매 증빙 제출
상한: 1회 10% 이내, 연 누적 20% 이내
하방 대칭: 원가 하락 시 단가도 조정

마지막 줄은 제조사가 작성한 초안에 거의 없습니다. 직접 넣으세요.


6. 처방 변경 통제권

공장이 원료 공급사를 말없이 바꿀 수 있을까요? 표준 계약서 기준으로는 대부분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주 일어납니다.

요구하세요.

  • 모든 처방 변경은 브랜드의 서면 동의 후 진행, 동일 INCI 내 공급사 변경도 포함
  • 법규 변경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은 사전 통지 + 대안 제시
  • 변경 후 전성분표와 안전성 자료 재제출
왜 공급사가 중요한가: 두 공급사가 같은 INCI, 같은 배합비의 히알루론산나트륨을 납품해도 분자량 분포가 다를 수 있습니다. 표시는 동일하고 사용감은 다릅니다. 소비자는 알아차리고, 리뷰는 즉시 반응하며, 대표님은 계약서 한 줄로 막을 수 있었던 문제를 몇 주간 추적하게 됩니다.

7. 비밀유지 — 처방보다 넓게

일반 NDA는 기술정보에서 멈춥니다. 범위를 넓히세요.

  • 판매 데이터, 채널 구성, 입점 조건
  • 출시 일정과 가격 전략
  • 거래 관계의 존재 자체 —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는 브랜드가 많은데, 공장 홈페이지 레퍼런스로 노출된 사례가 반복됩니다

기간은 계약기간 + 종료 후 3~5년. 예외는 법령상 공개 요구와 이미 공지된 정보. 위반 시 책임은 "관련 법령에 따른다"가 아니라 금액이나 산정식으로 적으세요.


8. 계약 종료와 인수인계

모든 거래는 끝납니다. 헤어지는 방법은 사이가 좋을 때 씁니다.

상황처리
브랜드 측 해지60일 전 통지, 진행분 정산
제조사 측 해지90일 전 통지, 처방·금형 이전 협조
중대한 위반즉시 해지, 위반 당사자 손해배상
자료 이전종료 후 30일 내 처방 파일·공정 파라미터 전달

금형이 함정입니다. 금형비를 지불했다면 소유권이 브랜드에 있다고 쓰세요. 공장이 물량 조건으로 무상 제공했다면 대개 공장 소유이고, 이 사실은 가장 곤란한 시점에 알게 됩니다.


한국 특유의 조항: 책임판매업자 지위와 기능성 심사

여기서 국내 신규 브랜드가 가장 많이 걸립니다.

의무통상 주체계약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
화장품제조업 등록공장제조사가 등록 유지를 보증하고 등록증 사본을 제공
화장품책임판매업 등록브랜드(원칙)브랜드가 책임판매업자임을 명시. "공장이 대신 등록" 구조는 브랜드가 자기 제품을 통제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짐
품질관리기준 준수책임판매업자제조사가 제조·품질 관리 기록을 요청 시 제공하는 기한(영업일 기준) 명시
기능성화장품 심사·보고책임판매업자심사 자료(효력·안전성 자료) 제공 범위와 기한을 계약에 기재
표시·광고 실증책임판매업자공장이 제공한 시험자료의 프로토콜·원자료 열람권 확보
회수·보고 의무책임판매업자제조번호별 추적 협조 SLA와 비용 구상 조항

특히 기능성화장품(미백·주름개선·자외선차단 등)으로 갈 계획이라면, 심사에 필요한 효력 시험 자료를 누가 만들고 누가 비용을 대는지 계약 단계에서 정해야 합니다. 나중에 협의하기로 하면 대부분 브랜드가 전액 부담하게 됩니다.

수출까지 본다면 EU CPNP용 PIF를 완성된 형태로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세요. K뷰티 수출 제조에서 서류가 반쪽만 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서명 전 체크리스트

법률

  • [ ] 처방 소유권 서면 귀속(소유권 + 배타성 + 인력 제한)
  • [ ] 비밀유지가 기술정보와 영업정보를 모두 포함
  • [ ] 손해배상이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형태
  • [ ] 준거법과 분쟁 해결 방법 명시(해외 공장이면 중재 권장)

상거래

  • [ ] MOQ 숫자 명시 + 첫 발주 유연성
  • [ ] T0 / T1 / T2 정의 및 지체상금 연결
  • [ ] 품질 기준이 화장품 안전기준 규정을 인용
  • [ ] 단가 유효기간·인상 요건·상한 모두 존재

인허가

  • [ ] 책임판매업 등록 주체가 브랜드 측으로 확정
  • [ ] 기능성 심사 자료 제공 범위·기한 명시
  • [ ] 실증자료 원본 열람권 확보
  • [ ] 제조번호 추적 협조 SLA와 비용 구상 조항

자주 발생하는 손실 3가지

"다들 이 양식으로 하십니다." 많이 쓴다는 것이 공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전 고객들의 협상력이 대표님 생각보다 약했다는 뜻입니다.

계약서에 안 들어간 구두 약속. "영업 담당자가 MOQ 조정 가능하다고 했다" — 담당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닙니다. 계약서에 넣거나, 최소한 계약서가 인용하는 메일로 남기세요.

단가만 최적화하고 조항을 무시. 개당 250원 절약은, 처방이 공장 소유이고 지연에 배상이 없고 품질 기준이 "협의"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광고 문구에 대해

공장이 처방과 함께 "임상 검증" 문구를 제안한다면, 사용하기 전에 시험 프로토콜을 요청하세요. 패널 수, 대조군 유무, 측정 장비, 시험 기간이 그 문구가 검증을 통과할지 결정합니다. 표시·광고 실증 책임은 자료를 만든 쪽이 아니라 책임판매업자에게 있습니다. 공장 제안서는 실증자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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